NO. 000020 · 애니메이션 공정론 / 08

《건담》은 어떻게 사후 수정의 한계를 드러냈는가

독서 기록 불러오는 중…

1979년 방영된 《기동전사 건담》에서 야스히코 요시카즈는 캐릭터 디자인과 애니메이션 디렉션을 담당했다. 《라이딘》과 마찬가지로 시각적 기준을 만든 사람이 작화를 통합하는 핵심 위치에 있었다. 사후 통제의 한계는 전편의 수정량을 추정하지 않아도 TV판 15화와 극장판 3편의 재작화 사례에서 확인된다.

첫 번째는 TV판 15화다. 야스히코는 훗날 이 화에 메인 스태프가 관여하지 않았고 외부에 맡겨진 결과가 작품의 기준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회고했다. 이는 중심 검사 체제가 빠졌을 때 설정표와 콘티만으로 작화 기준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례다. 두 번째는 극장판 3편의 아무로와 샤아 결투 장면이다. 야스히코는 선라이즈 인터뷰에서 당시 그 장면을 자신이 다시 그리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미 존재하는 화면을 새 기준에 맞추려면 완성된 움직임을 다시 제작해야 한다는 사례다.

두 사례는 서로 반대쪽에서 같은 문제를 보여준다. 승인자가 제때 개입하지 않으면 편차가 남고, 결과가 나온 뒤 기준을 높이면 재작화 비용이 생긴다.

15화가 보여준 것은 ‘야스히코 한 사람의 부재’가 아니다

TV판 15화는 흔히 작화 붕괴의 대표 사례로 언급된다. 야스히코 본인의 회고에서는 개인 한 사람의 부재보다 메인 스태프가 작업에 관여하지 않은 채 외부 제작에 맡겨졌다는 조건이 강조된다. 문제는 특정 개인이 수정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작품의 기준을 전달하고 검사할 중심 경로가 끊겼다는 데 있다.

15화에는 설정과 콘티가 전달됐지만, 메인 스태프의 검사와 조율이 빠진 상태에서 외부 제작이 진행됐고 결과물은 작품의 작화 기준에서 벗어났다.

캐릭터 설정표에는 아무로와 샤아의 기본 얼굴과 체격을 그릴 수 있다. 하지만 컷마다 필요한 표정의 강도, 몸의 무게, 전후 자세의 연결, 작품이 허용하는 변형의 범위는 문서만으로 모두 고정되지 않는다. 반복해서 작품을 다뤄온 연출·작화 인력이 검사하고 피드백하는 과정에서 암묵적인 기준이 적용된다. 15화는 그 경로가 끊기면 형식상 같은 직책과 자료가 있어도 결과의 통일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사례만으로 야스히코가 다른 모든 화의 원화를 얼마나 수정했는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외부 제작 자체가 낮은 품질을 뜻하지도 않는다. 문제는 외부냐 내부냐가 아니라 작품별 기준을 전달하고 승인하는 연결이 작동했는가이다. 15화는 《건담》의 통제가 특정 개인을 포함한 중심 제작진의 참여에 얼마나 묶여 있었는지 드러내는 사례로 사용해야 한다.

설정표가 대신할 수 없는 판단

디자인과 설정은 반복 생산에 필요한 기준을 문서화한다. 정면·측면·후면, 표정, 의상과 소품의 구조를 공유하면 작업자마다 캐릭터를 처음부터 다시 발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설정은 가능한 모든 움직임의 목록이 아니다.

인물이 의자에서 일어나는 장면만 해도 상체를 먼저 숙일지, 손으로 짚을지, 몇 장에 걸쳐 무게를 옮길지는 연기 판단이다. 격투 장면에서는 공격 전의 준비 자세와 충돌 뒤의 균형이 캐릭터와 장면의 긴장을 만든다. 서로 다른 원화가가 설정을 정확히 따라도 이 운동의 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

작화감독과 애니메이션 디렉터의 통제는 설정표가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제출된 결과를 보고 작품의 연기와 운동 범위에 맞는지 판단한다. 이 방식은 원화가의 개별 해석을 활용하면서 필요한 곳만 고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결과가 도착해야 차이를 볼 수 있고, 잘못된 운동의 뼈대는 부분 수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극장판에서 이미 만든 장면을 다시 그리다

《기동전사 건담》 극장판은 TV판 소재를 재구성하면서 새 작화를 더했다. 야스히코는 선라이즈의 장기 인터뷰에서 극장판 3편을 제작할 때 아무로와 샤아의 결투 장면을 다시 그리고 있었다고 회고한다. 관계자가 특정 장면의 재작화를 직접 밝힌 자료이므로, 막연히 ‘전편을 대부분 다시 그렸다’는 주장보다 근거 범위가 분명하다.

재작화는 단순한 선 정리가 아니다. 장면의 운동과 포즈를 바꾸면 그 뒤의 원화 완성, 동화, 채색과 촬영도 다시 이어져야 한다. TV판에서 이미 방송 가능한 결과가 있었더라도 극장판이 요구하는 화면과 연기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앞선 노동을 다시 투입해야 한다.

극장판의 재작화에서는 이미 완성된 장면을 새 기준에 따라 재검토한 뒤 주요 자세와 운동을 다시 설계했고, 그 변경에 따라 후속 작화와 동화, 촬영을 다시 진행해야 했다.

잘못되거나 부족한 부분을 실제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그러나 수정 시점이 늦을수록 이미 완료된 후속 공정까지 영향을 받는다. 원화 단계에서 포즈를 고치는 것보다 촬영이 끝난 장면을 다시 만드는 편이 훨씬 많은 작업을 되돌린다.

사후 통제의 두 가지 한계

TV판 15화와 극장판 3편의 결투 장면은 같은 사건이 아니다. 하나는 중심 제작진의 관여가 끊긴 외주 화의 결과이고, 다른 하나는 완성된 소재를 새로운 작품 기준에 맞춰 다시 그린 작업이다. 둘을 합쳐 야스히코 개인의 영웅담이나 실패담으로 만들면 논증이 흐려진다.

설정과 콘티를 전달해도 작품의 형태와 연기 기준을 유지하려면 검사와 조율이 필요하다. 반대로 결과가 완성된 뒤 운동의 주요 자세를 수정하면 이미 진행한 후속 공정까지 다시 거쳐야 한다.

작화감독제는 여러 원화가의 결과를 통합하는 데 유효하다. 문제는 작품의 운동을 특정 작화가의 판단에 가깝게 만들수록 그 작화가가 결과를 기다려 검사해야 하는 양도 커진다는 점이다. 그 사람이 빠지면 기준 전달이 약해지고, 나중에 돌아오면 이미 만든 장면을 고치는 비용이 생긴다.

이 사례들이 《크러셔 조》의 제1·제2원화 체제를 직접 발생시켰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러나 작업 순서는 분명히 다르다. 《건담》에서는 결과가 나온 뒤 야스히코의 기준을 적용했고, 《크러셔 조》에서는 다른 작업자가 완성할 운동의 원안을 야스히코가 먼저 그렸다.

자료

- GQ Japan — 야스히코 요시카즈 인터뷰 — https://www.gqjapan.jp/culture/article/20220602-gundam-yasuhiko-intv — TV판 15화에 메인 스태프가 관여하지 않았고 외부 제작 결과가 기준에서 벗어났다는 야스히코의 회고를 확인할 수 있다.
- 선라이즈 월드 — 야스히코 요시카즈 인터뷰 — https://www.sunrise-world.net/feature/feature.php?id=7907 — 극장판 3편 제작 당시 아무로와 샤아의 결투 장면을 다시 그리고 있었다는 직접 증언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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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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