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000022 · 애니메이션 공정론 / 10

미야자키와 야스히코는 무엇을 먼저 확정했는가

독서 기록 불러오는 중…

《하이디》의 미야자키 하야오와 《크러셔 조》의 야스히코 요시카즈는 모두 완성 작업보다 앞에서 많은 컷을 그렸다. 두 사람 모두 작품의 핵심 작화가였고, 거친 선으로 인물과 배경을 함께 그릴 수 있었다. 이 공통점만 보면 레이아웃과 제1원화가 같은 공정의 다른 이름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체제는 서로 다른 불일치를 해결했다. 미야자키의 레이아웃은 원화와 미술이 같은 공간에서 출발하도록 카메라, 구도, 인물과 배경의 배치를 먼저 확정했다. 야스히코의 제1원화는 다른 원화가가 같은 운동 원안을 완성하도록 포즈, 연기와 동작의 흐름을 먼저 확정했다. 앞에서 그렸다는 사실보다 무엇을 승인하고 누구에게 넘겼는지가 다르다.

같은 컷을 두 체제에 넣어 보기

한 인물이 방에 들어와 탁자 앞에서 멈추고, 뒤에서 들린 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컷을 가정해 보자. 이 컷에는 공간과 운동이라는 두 종류의 결정이 함께 필요하다.

레이아웃에서는 카메라의 위치와 높이, 문·탁자·인물이 놓일 깊이, 인물이 이동할 화면 범위를 정한다. 배경 미술이 사용할 원근과 공간의 크기도 이 단계에서 정리한다.

제1원화에서는 어느 발로 들어와 속도를 줄일지, 탁자 앞에서 무게중심을 어디에 둘지, 소리를 듣고 눈·머리·어깨가 어떤 순서로 반응할지 설계한다. 주요 자세와 타이밍은 완성 원화 담당자가 이어 그릴 기준이 된다.

레이아웃에도 인물의 시작과 끝 자세가 들어갈 수 있다. 그래야 공간의 크기와 동선을 검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1원화에도 문과 탁자, 바닥선이 그려질 수 있다. 그래야 움직임이 공간 안에서 성립하기 때문이다. 두 그림에 같은 요소가 보이더라도 승인 대상이 같다는 뜻은 아니다.

미야자키식 인계: 공간을 두 부서에 나눈다

《하이디》에서 미야자키는 콘티를 받아 카메라와 구도, 인물·배경의 배치를 레이아웃으로 구체화했다. 검사 뒤 원화진과 미술진은 이를 함께 받아 인물의 움직임과 배경을 완성했다.

다음 수신자가 둘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원화와 미술은 서로 다른 결과물을 만들지만 같은 화면에 합성돼야 한다. 레이아웃은 두 부서가 따로 해석하면 충돌할 공간 정보를 공동 인계물로 묶었다. 먼저 확정한 것은 캐릭터의 세밀한 연기보다 그 연기와 배경이 함께 존재할 무대였다.

미야자키가 레이아웃에 매우 구체적인 포즈를 그렸더라도 그 체제의 생산상 핵심은 변하지 않는다. 그 그림이 미술의 배경 원도이자 원화의 공간 기준으로 전달되고, 화면구성 검사를 통과한 뒤 두 작업이 병렬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야스히코식 인계: 운동을 다음 원화가에게 넘긴다

《크러셔 조》에서 야스히코는 콘티와 레이아웃을 받아 포즈·연기·운동의 원안을 제1원화로 제시했다. 제2원화 담당은 이를 설정에 맞는 원화로 완성해 동화에 넘겼다.

그 다음 수신자는 완성 원화를 맡은 다른 작화가다. 그 작업자는 공간을 새로 설계하거나 운동의 목적을 처음 정하는 대신, 러프하게 제시된 자세와 흐름을 캐릭터 설정과 동화 공정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구체화한다. 먼저 확정한 것은 배경과 인물이 공유할 좌표보다 캐릭터가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한 운동의 답이었다.

야스히코의 제1원화에 배경선과 구도가 상세히 들어가도 그 선 때문에 레이아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제2원화가 무엇을 보존하고 무엇을 추가해야 하는지 지시하는 운동 원안으로 인계됐기 때문이다.

두 체제의 차이

《하이디》에서 미야자키가 맡은 전 컷 레이아웃은 원화·미술 사이의 공간 차이를 줄였지만, 미야자키의 작업이 늦으면 두 부서 모두 출발할 수 없었다. 《크러셔 조》에서는 야스히코가 거의 전편의 운동 원안을 그려 원화 간 연기 차이를 줄였으나, 그의 제1원화가 지연되면 제2원화 담당의 작업도 막혔다.

레이아웃은 세로로 더 정교한 그림을 만드는 앞 단계라기보다 원화와 미술이라는 두 갈래가 공유할 조건을 만든다. 제1원화는 한 컷의 원화를 운동 원안과 완성 원화라는 앞뒤 단계로 나눈다. 하나는 부서 사이의 수평적 분기를 관리하고, 다른 하나는 원화 내부의 순차적 인계를 만든다.

같은 사람이 연속해서 그리면 경계가 흐려진다

실제 제작에서는 한 원화가가 레이아웃을 그리고 검사를 받은 뒤 러프 원화까지 이어서 작업할 수 있다. 레이아웃 용지 위에 주요 자세를 추가하거나, 러프 원화에 배경 원도를 함께 넣어 한 묶음으로 제출하기도 한다. 이 경우 종이의 종류와 선의 거칠기만으로 단계가 갈리지 않는다.

공간과 운동 중 어느 판단이 승인됐는지, 뒤의 작업자가 배경·연기·원화 완성 중 무엇을 맡았는지, 수정 때 어느 판단까지 되돌아가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레이아웃 승인 뒤 구도가 바뀌면 원화와 미술 양쪽이 영향을 받는다. 제1원화 승인 뒤 포즈가 바뀌면 제2원화와 동화 방향이 바뀐다. 변경이 퍼지는 경로를 보면 그 그림이 어떤 공정의 인계물이었는지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공통점은 앞단의 승인 구조다

두 방식의 공통점은 여러 사람이 공유해야 할 판단을 인계 가능한 그림으로 만들었다는 데 있다. 개인의 통제 범위보다 어떤 판단을 어느 단계에서 고정했는지가 공정의 차이를 만든다.

《하이디》에서는 여러 부서가 따로 완성하기 전에 공간을 검사했다. 《크러셔 조》에서는 여러 원화가가 운동을 각자 완성하기 전에 운동 원안을 제시했다. 두 체제 모두 뒤에서 큰 불일치를 고치는 비용을 앞단의 승인으로 옮겼고, 그 대신 앞단의 설계자에게 강한 병목을 만들었다.

현대 제작에서는 레이아웃, 러프 원화, 원화와 제2원화가 한 크레딧과 한 묶음 안에서 다시 겹친다. 이때도 공간 승인과 운동 승인, 원화 완료의 인계 경로를 나누면 실제로 분리된 책임을 추적할 수 있다.

자료

- 지브리 미술관 「레이아웃과 애니메이션 표현」 강좌 안내 — https://www.ghibli-museum.jp/news/014033/ — 《하이디》 전 화·전 컷 레이아웃과 화면구성의 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
- 네리마 애니메이션 사이트 — 다카하타 이사오 제17회 — https://animation-nerima.jp/enjoy/kyojin/vol17/ — 레이아웃이 원화와 미술이 공유할 화면 설계로 운용된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 선라이즈 월드 — 야스히코 요시카즈 인터뷰 — https://www.sunrise-world.net/feature/feature.php?id=7907 — 《크러셔 조》에서 제1원화와 제2원화를 나눈 실제 인계 방식과 야스히코의 작업 범위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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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S / 1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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