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000017 · 애니메이션 공정론 / 05

《하이디》는 왜 모든 컷의 레이아웃을 한 사람에게 맡겼는가

독서 기록 불러오는 중…

1974년 방영된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는 전 52화의 TV 시리즈다. 다카하타 이사오가 연출을, 고타베 요이치가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을 맡았고, 미야자키 하야오는 장면 설정과 화면구성을 담당했다. 여기서 화면구성은 몇 장의 대표 설정을 만드는 일이 아니었다. 미야자키는 전 화의 모든 컷에 레이아웃을 그렸다.

관계 기관의 해설은 핵심 인력이 제작 전에 유럽 현지를 답사했고, 미야자키가 전 화·전 컷의 화면구성을 맡았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 제작진이 그 이유를 세 항목으로 정식화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실제 공정에서는 반복 공간의 유지, 연출의 화면화, 원화와 미술의 병렬화가 이 체제에 결합돼 있었다.

52화 동안 유지해야 할 생활 공간

《하이디》의 알프스는 한 번 보여주고 지나가는 장식적 풍경이 아니다. 하이디는 오두막 안에서 일어나고, 문을 나서 비탈을 내려가며, 목초지와 마을을 반복해서 오간다. 계절과 날씨가 바뀌어도 집의 구조, 길의 방향, 언덕의 경사와 장소 사이의 관계는 이어져야 한다. 인물이 어디에서 잠자고 먹고 일하고 이동하는지가 곧 이야기의 일부다.

이런 작품에서는 각 컷이 보기 좋은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오두막의 문을 나선 인물은 이후 화에서도 같은 방향의 길로 이어져야 하고, 실내의 창문에서 바라본 산과 외부에서 본 집의 방향도 모순되지 않아야 한다. 매화 다른 원화가와 미술 담당자가 자기 컷만 적절하게 구성하면 개별 장면은 성립해도 52화의 생활 공간은 흔들릴 수 있다.

장면 설정은 장소의 기본 구조를 정하지만, 실제 시리즈에는 그 장소를 보는 수많은 방향과 거리가 필요하다. 전 컷 레이아웃은 설정을 매번 새로운 컷의 좌표로 변환했다. 같은 오두막을 멀리서 볼 때, 문 앞에서 볼 때, 실내에서 창밖을 볼 때도 하나의 장소에서 가능한 화면으로 이어지게 만든 것이다.

현지답사를 컷 단위의 정보로 바꾸다

다카하타, 미야자키, 고타베를 포함한 핵심 인력은 제작 전에 스위스와 유럽 지역을 답사했다. 답사에서 얻는 정보는 풍경 사진만이 아니다. 산지의 고도감, 집과 목초지의 거리, 비탈을 오르는 몸의 각도, 가축과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건물의 구조처럼 생활과 공간이 연결된 자료가 쌓인다.

이 자료가 설정집에만 머물면 각 화의 작업자가 다시 해석해야 한다. 레이아웃은 조사된 세계를 컷별 작업 명령으로 바꾼다. 화면 안에서 집이 차지하는 크기, 인물이 이동할 경사, 배경의 깊이, 캐릭터와 사물의 거리를 구체적인 한 장에 놓는다. 현지에서 확인한 공간의 논리를 원화와 미술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도면으로 번역하는 것이다.

현지답사의 목적을 사실적인 복제 하나로 축소할 필요는 없다. 실제 알프스의 모든 치수를 그대로 옮기지 않더라도, 사람이 그 환경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생활하는지를 이해하면 화면의 선택에 일관된 근거가 생긴다. 미야자키의 역할은 자료를 많이 가진 사람에 그치지 않고 그 자료를 52화의 개별 컷에 반복해서 적용하는 화면 설계자였다.

다카하타의 연출을 공통 도면으로 만들다

다카하타의 연출은 사건을 빠르게 나열하기보다 행동과 환경의 관계로 생활과 감정을 보여준다. 인물이 말하기 전에 무엇을 보고, 어느 거리를 걸으며, 사물에 어떻게 손을 대는지가 장면의 의미를 만든다. 이 연출을 콘티의 사건 순서만으로 전달하면 원화는 인물의 행동을, 미술은 환경을 서로 다른 강조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 컷 레이아웃은 콘티의 지시를 원화와 미술이 공유할 한 화면으로 바꿨다. 인물이 화면에서 작게 보이도록 두는지, 생활 도구와 같은 깊이에 놓는지, 넓은 풍경 속을 오래 이동하게 하는지가 원화 이전에 정해졌다. 원화가는 그 배치 안에서 구체적인 연기와 운동을 만들고, 미술은 행동이 일어날 환경을 같은 좌표로 완성했다.

다카하타가 콘티와 연출을 맡고 미야자키가 모든 컷의 화면을 레이아웃으로 구체화하면, 고타베와 원화진은 인물의 작화를, 미술진은 배경을 완성했다.

이 구조에서 미야자키가 모든 완성 그림을 혼자 결정한 것은 아니다. 고타베는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으로 인물의 형태와 작화를 관리했고, 각 원화가는 컷 안의 연기를 구체화했으며, 미술진은 색과 질감, 빛을 만들었다. 중앙에 모인 것은 완성 작화 전체가 아니라 이 작업들이 공유해야 할 공간과 화면 배치였다.

원화와 미술을 동시에 출발시키다

한 사람이 모든 레이아웃을 그리면 그 그림은 시리즈의 공간 기준인 동시에 부서 사이의 인계물로 기능한다. 레이아웃이 승인되는 즉시 원화와 미술은 같은 컷을 서로 기다리지 않고 시작할 수 있다. 원화는 인물의 연기와 타이밍을 만들고, 미술은 필요한 배경 범위와 원근을 읽는다.

각 원화가가 자기 컷의 레이아웃까지 맡기는 방식도 가능하다. 그 경우 레이아웃과 연기를 한 작업자가 연속해 설계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전 화의 반복 공간과 화면 기준은 여러 원화가의 해석과 각 화 검사에 분산된다. 《하이디》는 이 판단을 한 명의 화면구성 담당에게 모아, 서로 다른 원화진과 미술진이 매주 같은 세계에서 출발하게 했다.

따라서 전 컷 체제를 단순히 ‘미야자키가 잘 그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 제작상의 이유가 사라진다. 한 사람이 맡음으로써 세 가지 인계가 짧아졌다. 장면 설정에서 개별 컷으로, 다카하타의 연출에서 화면 배치로, 승인된 공간에서 원화와 미술의 병렬 작업으로 이어지는 경로다.

통일성과 병목을 함께 만든 체제

전 컷 레이아웃은 52화의 공간 기준을 강하게 유지했다. 동시에 미야자키의 작업이 늦으면 원화와 미술 양쪽이 출발하지 못하는 병목을 만들었다. 화면구성 담당을 쉽게 교체하기도 어렵다. 설정과 답사 자료, 연출 의도, 앞선 화에서 이미 확립된 공간을 함께 이해해야 동일한 기준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레이아웃 공정이 정착했다는 사실과 모든 작품이 한 사람에게 전 컷을 맡겼다는 말은 다르다. 널리 남은 것은 원화와 미술이 갈라지기 전에 화면을 검사한다는 구조다. 작품에 따라 각 원화가가 레이아웃을 맡고 연출과 작화감독이 검사할 수도 있으며, 별도의 레이아웃 담당을 둘 수도 있다.

《하이디》가 레이아웃이라는 그림을 최초로 발명한 것은 아니다. 역사적 의미는 한 명의 화면 설계자가 전 화·전 컷을 통과시키며 레이아웃을 시리즈 전체의 생산 체제로 운용한 데 있다. 이 체제에서 레이아웃은 개별 컷의 구도뿐 아니라 컷과 컷 사이의 공간 관계까지 이어 붙였다.

자료

- 네리마 애니메이션 사이트 — 다카하타 이사오 제15회 — https://animation-nerima.jp/enjoy/kyojin/vol15/ — 《하이디》 핵심 스태프와 제작 전 현지답사를 확인할 수 있다.
- 네리마 애니메이션 사이트 — 다카하타 이사오 제17회 — https://animation-nerima.jp/enjoy/kyojin/vol17/ — 레이아웃의 기능, 미야자키의 장면 설정과 전 52화 화면구성을 확인할 수 있다.
- 지브리 미술관 「레이아웃과 애니메이션 표현」 강좌 안내 — https://www.ghibli-museum.jp/news/014033/ — 《하이디》에서 미야자키가 전 화·전 컷의 레이아웃을 맡았다는 사실과 그 화면사적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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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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