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000015 · 애니메이션 공정론 / 03

작화감독은 왜 필요해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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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와 동화를 나누면 한 원화가가 더 많은 장면의 핵심 운동을 맡을 수 있다. 장편의 규모가 커지면 원화가도 한 명으로 부족해진다. 여러 원화가가 장면을 동시에 맡는 순간 원화와 동화 사이의 전달 문제와 다른 문제가 생긴다. 같은 캐릭터의 얼굴과 체격, 포즈를 잡는 방식, 감정을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강도가 담당자마다 달라진다.

같은 놀람을 그려도 한 원화가는 몸 전체를 뒤로 물리고, 다른 원화가는 눈과 입만 바꿀 수 있다. 같은 달리기에서도 보폭과 무게중심, 발이 지면을 차는 순간이 달라진다. 설정표와 콘티를 공유한다고 이 판단들이 자동으로 한 작품의 연기가 되지는 않는다.

작화감독은 개별 원화의 완성도를 일괄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보다, 여러 원화가가 내린 서로 다른 판단을 작품 전체의 형태와 연기로 통합하기 위해 필요해졌다.

원화가가 늘어나면 달라지는 결과

한 원화가가 장면 전체를 맡으면 인물의 비례와 움직임 습관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여러 원화가가 병렬로 작업하면 제작 속도는 높아지지만 통일의 책임은 분산된다. 각 원화가는 설정표에서 기본 얼굴과 체형을 확인할 수 있어도 모든 각도, 감정, 동작의 정답을 미리 받을 수는 없다.

고개를 숙였을 때 턱과 목이 어떻게 겹치는지, 뛰어오를 때 몸이 얼마나 찌그러지는지, 분노한 인물이 손을 먼저 움직이는지 몸을 먼저 내미는지는 컷마다 새로 결정된다. 어느 쪽도 그 자체로 틀리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서로 다른 판단이 연결됐을 때 같은 인물과 같은 장면으로 보이는가이다.

개별 컷의 좋은 그림과 작품 전체의 적절한 그림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강한 포즈가 한 컷에서는 효과적이어도 전후 장면보다 감정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 정확한 설정 준수가 액션 중 필요한 변형을 약화할 수도 있다. 여러 원화가의 차이를 모두 지우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허용할 차이와 수정할 차이를 구분할 최종 판단이 필요하다.

1963년의 ‘원화감독’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이 역할이 뚜렷하게 제도화된 전환점은 1963년 도에이동화의 《개구쟁이 왕자의 오로치 퇴치》다. 모리 야스지는 이 작품에서 ‘원화감독’으로 크레딧됐다. 도에이비디오는 모리가 처음으로 작화감독, 당시 명칭으로 원화감독을 맡아 원화와 동화 전체의 완성도를 통일했다고 설명한다. 일본 국립영화아카이브도 이 작품 이후 작화감독제가 일본 애니메이션에 정착해 갔다고 정리한다.

모리가 모든 컷의 원화를 혼자 그린 것은 아니다. 고사와 히데오, 구마카와 마사오, 오오츠카 야스오, 구스베 다이키치로, 오쿠야마 레이코 등 여러 원화가가 참여했다. 원화감독은 이들이 제출한 결과를 작품의 조형과 운동 기준에 맞춰 검사하는 자리였다. 원화가의 수를 다시 한 명으로 줄이지 않고도 결과를 하나의 작품으로 묶는 방식이다.

얼굴보다 넓은 통일

작화감독의 업무를 얼굴을 설정표와 같게 고치는 일로 한정하면 이 체제의 목적이 축소된다. 작화감독은 인물의 키와 체격, 몸의 부피, 손발의 크기를 확인한다. 포즈가 장면의 감정과 인물의 성격에 맞는지, 동작의 시작과 끝이 앞뒤 컷에 연결되는지, 원근에 따른 변형인지 단순한 비례 오류인지도 판단한다.

팔이 길어진 그림은 가까운 손을 강조한 원근 표현일 수 있고, 운동 중 몸통이 찌그러진 그림은 힘을 전달하기 위한 변형일 수 있다. 반대로 의도 없이 비례가 흔들렸거나 앞뒤 자세의 축이 끊겼다면 수정해야 한다. 작화감독은 모든 그림을 평균적인 모양으로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원화가의 해석 가운데 작품이 승인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하는 사람이다.

《개구쟁이 왕자의 오로치 퇴치》에서 모리는 캐릭터 작화와 배경 미술이 공유할 평면적이고 양식화된 방향까지 통일했다. 한 캐릭터의 얼굴만이 아니라 작품 전체가 어떤 종류의 선과 공간으로 보일지를 조정한 것이다. 작화감독제의 출발점부터 통제 대상은 형태, 연기, 화면 양식을 함께 포함했다.

결과를 받은 뒤 고치는 체제

각 원화가가 제출한 그림은 작화감독의 검사를 받고, 수정 내용을 반영한 뒤 동화 공정으로 넘어갔다.

이 구조는 원화가마다 맡은 장면을 병렬로 제작하면서도 작품 전체의 기준을 유지한다. 문제가 부분적인 형태 차이라면 얼굴이나 손, 몸의 일부를 고쳐 해결할 수 있다. 원화가의 유효한 연기와 운동은 남기고 설정과 장면 목적에서 벗어난 부분만 수정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통제 시점이 원화 뒤에 있다는 점은 한계이기도 하다. 원화가 제출되기 전에는 어떤 차이가 생겼는지 확인할 수 없다. 장면의 감정이나 운동의 축이 잘못 잡혔다면 주요 자세 대부분을 다시 그려야 한다. 앞에서 생산되는 원화량이 한 사람이 검사할 수 있는 양을 넘으면 수정이 얇아지거나 동화로 넘어가는 일정이 늦어진다.

통합 공정이 만든 새 병목

원화와 동화의 분업은 한 사람이 모든 그림을 그리던 병목을 줄였다. 여러 원화가의 병렬 작업은 더 많은 장면을 동시에 설계하게 했다. 작화감독은 분산된 결과를 다시 통합했지만, 작품의 최종 작화 판단을 한 사람의 시간에 모았다.

수정이 늦어지면 원화검사와 동화가 함께 밀린다. 수정량을 줄이면 컷 사이의 편차가 남는다. 보조 작화감독을 추가하면 검사량을 나눌 수 있지만, 여러 수정자의 기준을 다시 맞춰야 한다. 분업이 생산 능력을 늘릴 때마다 새로 분산된 판단을 어디에서 승인할 것인지가 다음 문제로 남는다.

레이아웃과 제1원화는 작화감독제에서 직접 파생된 하나의 계보가 아니다. 두 공정은 서로 다른 시기와 제작 조건에서 형성됐다. 구조적으로는 완성된 결과를 뒤에서 크게 고치기 전에, 여러 부서나 작업자가 공유해야 할 판단을 제작 앞단에서 먼저 승인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레이아웃은 그중 화면의 공간을 먼저 확정하는 공정이다.

자료

- 도에이 애니메이션 《개구쟁이 왕자의 오로치 퇴치》 공식 스태프 — https://lineup.toei-anim.co.jp/ja/movie/movie_wanpaku/staff/ — 모리 야스지의 원화감독 크레딧과 원화진을 확인할 수 있다.
- 도에이비디오 《개구쟁이 왕자의 오로치 퇴치》 특집 — https://www.toei-video.co.jp/special/wanpakuouji/ — 모리가 처음으로 작화감독을 맡아 원화와 동화 전체를 통일한 제작 체제를 확인할 수 있다.
- 일본 국립영화아카이브 《개구쟁이 왕자의 오로치 퇴치》 작품 해설 — https://www.nfaj.go.jp/program/toeianimation202607-8/ — 작화감독의 기능과 본작 이후 일본 애니메이션에 정착한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 도쿄예술대학 대학원 영상연구과 「모리 야스지의 발자취」 — https://animation.geidai.ac.jp/open2018/ — 모리가 미술과 애니메이션 양식의 통일을 이룬 작품사적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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