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000014 · 애니메이션 공정론 / 02

원화 2명과 동화 42명 사이는 누가 메웠는가

독서 기록 불러오는 중…

《백사전》에서 다이쿠바라 아키라와 모리 야스지는 원화를 맡았고, 42명은 동화에 참여했다. 두 원화가가 장면의 주요 자세를 정하고 동화가들이 그 사이를 그렸다는 설명만으로는 제작 흐름이 완성되지 않는다. 원화에는 여러 겹의 러프한 선이 남을 수 있고, 주요 자세 사이에는 단순한 등분만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그림이 포함된다. 이를 모두 두 원화가가 직접 해결하면 원화 생산이 멈추고, 42명의 동화가에게 맡기면 컷마다 다른 해석이 들어간다.

도에이동화는 동화진 가운데 여섯 명을 두 단계 사이에 배치했다. 제작 기록에서 이들은 세컨드로 불린다. 세컨드는 원화가의 러프를 정리하고, 동화가 처리하기 어려운 자세를 가능한 범위에서 먼저 그렸다. 오오츠카 야스오도 이 여섯 명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세컨드는 두 공정 사이에 남은 정리와 보충을 맡아, 소수 원화가의 판단을 다수 동화가가 실행할 수 있는 상태로 바꿨다.

두 명의 결정과 마흔두 명의 실행

원화와 동화를 분리하면 원화가가 모든 그림을 직접 완성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러나 두 원화가의 그림을 42명에게 바로 나누어준다고 같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한 컷의 러프에는 얼굴과 몸의 최종 윤곽을 찾기 위한 여러 선이 겹칠 수 있다. 원화가가 주요 자세의 방향만 빠르게 잡고 손가락, 의상 주름, 세부 형태를 생략할 수도 있다.

동화가에게 필요한 입력물은 단순히 ‘좋은 그림’이 아니다. 어느 선이 최종 형태인지, 두 원화 사이에서 몸이 어느 방향으로 회전하는지, 팔과 몸통이 어떤 순서로 움직이는지 읽을 수 있는 그림이어야 한다. 입력 상태가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되면 동화가 정확하게 그렸더라도 캐릭터의 형태와 운동이 컷 안에서 흔들린다.

인원 차이는 이 문제를 확대한다. 두 원화가의 표현 습관은 서로 조정할 수 있지만, 42명이 각자 러프를 다시 판단하기 시작하면 해석의 갈래도 그만큼 늘어난다. 원화와 동화를 나눈 목적은 대량 생산인데, 인계물이 정리되지 않으면 뒷공정에서 같은 판단을 반복하게 된다.

세컨드가 맡은 첫 번째 작업: 러프 정리

지브리 미술관 연보는 《백사전》 세컨드의 업무 가운데 하나를 원화가가 그린 러프를 한 줄로 정리하는 일로 설명한다. 여기서 한 줄로 정리한다는 것은 그림을 보기 좋게 베끼는 일이 아니다. 여러 선 가운데 동화가 따라야 할 형태를 선택하고, 설정과 앞뒤 자세에 맞춰 하나의 윤곽으로 만드는 일이다.

예를 들어 원화에서 어깨와 팔의 연결이 여러 번 고쳐졌다면 세컨드는 어느 선이 최종 실루엣인지 판단해야 한다. 얼굴이 회전하는 자세라면 한쪽 눈과 턱선이 다음 원화로 어떻게 이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결정이 끝나야 동화가는 두 원화 사이의 그림을 만들면서 부피와 방향을 유지할 수 있다.

정리된 선은 원화의 결정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달 가능한 상태로 고정한다. 장면의 주요 운동과 연기 책임은 다이쿠바라와 모리에게 남아 있었다. 세컨드는 그 결정을 동화 쪽에서 다시 추측하지 않도록 형태를 명료하게 만들었다.

세컨드가 맡은 두 번째 작업: 어려운 자세 보충

주요 자세 두 장 사이의 모든 그림이 기계적인 중간값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몸이 앞을 향하다 옆으로 돌아설 때 정확한 절반 지점은 정면과 측면을 단순히 섞은 모양이 아니다. 가슴과 골반이 서로 다른 시점에 회전할 수 있고, 가려졌던 팔이 나타나거나 보이던 손이 몸 뒤로 사라질 수 있다.

이런 그림은 앞뒤 선을 등분하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어느 순간에 형태가 겹치고 풀리는지, 실루엣이 어떤 순서로 바뀌는지 판단해야 한다. 제작 기록은 세컨드가 원화 사이에서 어려운 자세를 가능한 범위에서 먼저 그려 동화로 넘겼다고 설명한다.

세컨드가 보충한 자세는 원화가 처음 설계한 운동 안에 놓인다. 새로운 동작을 삽입하거나 장면의 연기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동작을 동화가 이어 그릴 수 있는 단계로 나눈다. 원화의 판단과 동화의 반복 생산 사이에 남아 있던 고난도 그림을 앞에서 처리한 것이다.

동화가 시작할 수 있는 그림

다이쿠바라와 모리가 러프 원화를 제출하면 세컨드 여섯 명이 선을 정리하고 어려운 자세를 보충했다. 동화진은 그 결과를 트레스해 중간 그림을 그렸다.

이 구조에서 세컨드의 출력물은 동화가가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기준이다. 동화가는 어느 선을 따라야 하는지 다시 선택하지 않고, 주어진 원화와 보충 자세 사이의 움직임을 완성한다. 소수 원화가의 판단을 다수 인력에게 분배하면서도 해석이 무한히 갈라지는 것을 막는 장치였다.

당시 세컨드는 오늘날의 제2원화와 완전히 같은 표준 공정이 아니었다. 러프 정리, 원화 트레스, 어려운 자세 보충이 한 자리에 묶였다. 현대 명칭과 일대일로 대응시키기보다, 어떤 원화를 받아 무엇을 보충해 동화에 넘겼는지로 이해해야 한다.

둘로 나눈 뒤 생긴 세 번째 작업

원화와 동화를 분리하면 모든 업무가 두 칸에 들어갈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앞사람의 결정을 정리하고, 빠진 정보를 보충하며, 다수의 다음 작업자가 같은 방식으로 읽을 수 있게 만드는 일이 남는다. 《백사전》의 세컨드는 이 중간 업무를 맡았다.

이 문제는 여러 원화가의 결과를 하나로 통일하는 문제와 다르다. 세컨드는 원화에서 동화로 내려가는 수직적 인계를 정리했다. 그러나 장편의 원화가가 늘어나면 원화가들 사이에서 얼굴, 체격, 포즈, 연기의 강도가 달라지는 수평적 불일치가 생긴다. 그 결과를 작품 전체의 기준으로 통합하는 직책이 작화감독이다.

자료

- 지브리 미술관·도쿠마 기념 애니메이션 문화재단 《연보 2024–2025》 PDF — https://www.ghibli-museum.jp/docs/nennpou2024-2025.pdf — 《백사전》의 세컨드 여섯 명과 러프 정리·어려운 자세 보충이라는 업무를 확인할 수 있다.
- 도에이 애니메이션 《백사전》 공식 스태프 — https://lineup.toei-anim.co.jp/ja/movie/movie_hakujaden/staff/ — 다이쿠바라 아키라·모리 야스지의 원화 크레딧과 오오츠카 야스오를 포함한 동화진을 확인할 수 있다.
- 네리마 애니메이션 사이트 — 야마시타 교코 인터뷰 제4장 — https://animation-nerima.jp/enjoy/interview/vol04/ — 《백사전》 작업반 구성표를 인용한 세컨드 배치와 당시 동화 작업자의 증언을 확인할 수 있다.

---

0%
SOURCES / 1

참고자료

← 이전 편원화와 동화는 최초로 언제 분리되었는가다음 편 →작화감독은 왜 필요해졌는가
← 목차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