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이나 보탄, 취한 모습은 백합의 꽃>(이하 <카미이나 보탄>)의 초반 세 화를 이어서 보면 같은 캐릭터를 그리는 방식이 화마다 꽤 크게 달라진다.1화의 작화감독은 애니메이터 미야치가 맡았다. 직접 141컷의 원화를 그렸다. 그림은 꽤 정돈되어 있다. 얼굴의 비례와 몸의 형태를 안정적으로 잡고, 포즈도 화면 안에서 읽기 쉽게 정리한다. 설정을 그대로 반복하지는 않지만, 캐릭터의 기본적인 인상을 크게 흔들지 않은 채 움직임을 만든다. 많은 컷을 한 사람이 직접 처리한 만큼 이후 화와 비교할 때 형태의 기준도 분명하다.2화는 마츠오 유스케의 1인 원화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포즈와 선이다. 몸은 반듯하게 서 있기보다 조금씩 기울고 비틀린다. 관절과 몸통의 축도 곧게 정리되지 않는다. 윤곽선에는 작은 떨림이 남는다. 선이 형태를 단단하게 닫지 않아 정지된 그림에서도 몸이 완전히 멈춘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마츠오는 캐릭터의 기본형을 크게 바꾸기보다 포즈와 선에 흔들림을 남긴다.3화에서는 애니메이터 긴상이 콘티와 작화감독, 원화를 맡고 일부 원동화까지 직접 담당했다. 그림은 앞선 두 화보다 훨씬 자유롭다. 얼굴의 비례와 몸의 길이, 손발의 크기가 장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표정과 동작에 따라 얼굴을 늘려 그리거나 몸 전체를 크게 휘기도 한다. 설정된 형태를 계속 복원하기보다 그 장면에 필요한 동작과 표정에 맞추어 다시 잡는다.미야치는 형태를 정리하고, 마츠오 유스케는 포즈와 선에 흔들림을 남기며, 긴상은 형태 자체를 크게 바꾼다. 세 화에서는 얼굴뿐 아니라 몸을 잡고 선을 긋는 방식까지 달라진다. 그런데 이런 차이는 작품을 흐트러뜨리기보다 각 화에 뚜렷한 인상을 만든다.
<카미이나 보탄>이 그림의 차이를 둔 방식
서로 다른 애니메이터가 같은 캐릭터를 다르게 그리는 일은 드물지 않다. 상업 애니메이션은 여러 사람의 작업을 전제로 한다. 한 화 안에서도 여러 원화가가 같은 캐릭터를 나누어서 그리고, 작화감독이 이를 수정한다. 작품에 따라서는 총작화감독이 화마다 달라진 얼굴과 몸을 다시 맞추기도 한다. 그리는 사람이 계속 바뀌더라도 화면 속 인물은 같은 인물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캐릭터 설정과 작화 수정은 이를 가능하게 한다. 원화가마다 달라지는 얼굴 비례와 눈의 위치, 머리카락의 구조를 일정한 범위로 맞추고 필요하면 포즈와 선도 손본다. 완성 화면의 캐릭터가 안정적으로 보이는 것은 처음부터 모든 사람이 같은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 아니다. 서로 다른 그림이 제작 과정에서 조정된 덕이다. 따라서 여러 사람이 나누어 그린 그림도 수정과 통일을 거치면 한 사람이 계속 그린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공동제작에서 생긴 차이는 완성 화면에서 얼마든지 희미해질 수 있다.<카미이나 보탄>은 그 차이를 전부 없애지 않는다. 마츠오 유스케의 떨리는 선을 더 매끄럽게 정리할 수도 있었고, 긴상이 변형한 얼굴과 몸을 설정에 가까운 비례로 되돌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 화면에는 각자의 방식이 상당 부분 남는다. 그렇다고 모든 차이를 그대로 두는 것은 아니다. 캐릭터를 알아보는 데 필요한 특징은 유지되고, 장면의 행동과 감정도 이어진다. 의상과 소도구처럼 장면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 역시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카미이나 보탄>의 특징은 작화를 통일하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통일해야 하는지를 비교적 좁게 정한다는 데 있는 것이다.이 구분은 실제 화면의 성질을 바꾼다. 마츠오의 선을 더 정리하면 2화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불안정은 약해진다. 긴상의 형태를 설정에 가깝게 수정하면 3화의 과장된 표정과 몸의 변형도 줄어든다. 이 경우 수정은 단순히 형태를 바로잡는 일만이 아니다. 어떤 차이를 작품 안에 남길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기도 하다.작화가 얼마나 통일되어 있는지를 곧바로 완성도의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다. 외형을 정교하게 맞추면 캐릭터의 일관성은 높아질 수 있다. 동시에 원화가마다 다른 선과 포즈, 변형의 폭은 줄어든다. 반대로 차이를 많이 남긴다고 해서 자동으로 좋은 화면이 되는 것도 아니다. 캐릭터를 식별하기 어렵거나 행동과 감정의 흐름이 끊어진다면 그것은 단순한 불균일함에 그칠 수 있다.<카미이나 보탄>이 흥미로운 것은 이 경계를 다루는 방식이다. 같은 캐릭터와 같은 장면으로 이어지는 데 필요한 기준은 맞추면서, 선의 성질과 포즈를 잡는 방식, 얼굴의 세부 비례, 데포르메*의 정도까지 하나의 평균적인 그림으로 수렴시키지 않는다.*형태나 비율을 의도적으로 과장·변형해 대상의 특징을 강조하는 표현 기법.시청자는 인물들을 매번 다른 캐릭터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2화에서 몸의 축이 흔들려도, 3화에서 얼굴의 비례가 크게 달라져도 인물의 행동과 감정은 앞뒤 장면과 이어진다. 머리 모양과 의상처럼 인물을 알아보는 데 필요한 특징도 여전하다. 같은 캐릭터로 이어지는 데 필요한 정보와, 애니메이터마다 달라져도 되는 부분이 나뉘어 있는 것이다.이 구분 덕분에 각자의 그림은 수정 과정에서 사라지지 않고 완성 화면의 인상을 만든다. 미야치가 정리한 형태는 1화의 안정된 인상을 만들고, 마츠오 유스케의 기울어진 포즈와 떨리는 선은 2화의 미세한 불안정을 만든다. 긴상의 큰 변형은 3화의 표정과 동작을 더 과장되게 만든다. 같은 캐릭터를 유지하되 모든 차이를 줄이지 않았기에, 서로 다른 방식이 각 에피소드의 움직임과 표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카미이나 보탄>의 ‘나다움’과 아름다움
이 지점에서 이 작품의 ‘나다움’을 말할 수 있다. 여기서 나답다는 것은 단순히 다른 작품과 다르다는 뜻이 아니다. 특별한 그림체나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만도 아니다. 작품을 실제로 이루는 조건을 굳이 감추지 않으면서도 하나의 작품으로 성립한다는 뜻에 가깝다.상업 애니메이션은 애초에 한 사람의 손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러 애니메이터가 같은 캐릭터를 그리고, 서로 다른 그림이 하나의 흐름 안에서 이어진다. 그렇다면 여러 사람이 만든 흔적을 모두 지워야만 하나의 작품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사람이 그렸다는 사실을 화면 안에 남기면서도 하나의 캐릭터와 하나의 작품을 유지할 수 있다.<카미이나 보탄>은 그 가능성을 화면에 남긴다. 1화의 몸과 3화의 몸은 같은 방식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2화의 선도 다른 화의 선과 같지 않다. 그런데 이 차이는 작품 밖으로 튀어나온 흔적이 아니라 각 화의 움직임과 표정을 만드는 방식이 된다. 제작 과정에서 생긴 차이가 완성 화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이런 상태를 아름답다고 느끼는 이유도 단순히 변화가 많기 때문은 아니다. 모든 요소가 제각기 달라지면 캐릭터와 장면의 연속성은 무너질 수 있다. 반대로 모든 차이를 없애면 화면은 안정될 수 있지만, 각 애니메이터가 몸을 잡고 선을 긋고 움직임을 만드는 방식까지 함께 사라질 수 있다.<카미이나 보탄>은 그 사이에서 필요한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모든 요소를 하나로 통일하지 않는다. 같은 인물로 알아볼 수 있고, 행동과 감정이 이어지며, 장면에 필요한 정보가 유지된다면 얼굴의 세부 비례와 몸의 길이, 포즈를 잡는 방식과 선의 떨림까지 모두 같을 필요는 없다.이 작품의 아름다움은 균일함의 반대편에 있는 불균일함에서 생기지 않는다. 서로 다른 것들이 서로 다른 채로 남으면서도 하나의 작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서 생긴다. 1화의 정돈, 2화의 흔들림, 3화의 변형은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각각 다른 방식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세 화는 서로 다른 리듬과 표정을 갖는다.여러 사람이 만든 작품이 굳이 한 사람이 만든 것처럼 보이도록 자신을 꾸미지 않는다. 그렇다고 각자의 그림이 아무 관계 없이 흩어져 있지도 않다. 하나의 캐릭터와 하나의 작품으로 이어지면서도 서로 다른 손의 특징이 남는다. 서로 다른 손이 서로 다른 채 하나의 몸을 움직이는 순간, <카미이나 보탄>은 가장 자기다운 아름다움을 드러낸다.